[기자의 눈]양기대/취임 첫 작품 「자기방 넓히기」

  • 입력 1999년 4월 12일 19시 51분


서울 여의도의 국민회의 중앙당사에선 요즘 4층에 있는 김영배(金令培) 총재권한대행의 사무실을 늘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7일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와 그에 따른 체제 개편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공사까지 겹쳐 사무처 직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공사는 김대행이 9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총재실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건의해 허락을 받고 시작됐다. 김대행은 당사로 돌아와 총재실을 축소하는 대신 옆에 있는 대행실을 늘리도록 지시했다. 김대행은 이날 오전 공사현장에 직접 나타나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공사는 4,5일 정도 걸릴 예정.

김대행의 한 측근은 “워낙 당 분위기가 침체돼 있어 이를 일신해보자는 취지에서 공사를 한 것”이라며 “어차피 공사를 할 바에는 취임 초에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광경을 지켜보는 당내 시선이 곱지 않다. 무엇보다 일의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당안팎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온 ‘서상목의원 파문’의 수습을 위해 김대행 체제가 출범한 만큼 먼저 산적한 현안 해결에 몰두해야 하는 데도 ‘자기 방 넓히기’부터 하는 모양새가 좋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까지 몇 달 안남은 시점에 동분서주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자기 방부터 넓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내 일각에선 “사무처 활동비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데…”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무실은 늘릴 수 있지만 지금이 그럴 상황인지는 한번쯤 생각해보았어야 하지 않을까.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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