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으로 때우는 공무원 연금

  • 입력 1999년 4월 13일 19시 30분


수년전부터 기금 고갈 예측으로 논란이 계속돼온 공무원연금의 재원 부족분이 마침내 세금으로 때워질 전망이다. 행정자치부가 공무원 정년단축과 퇴직자 급증으로 생기는 재원 결함에 대해 98년분 1조4천억원, 올해 3조6천억원, 내년 1조원 등 모두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가뜩이나 빠듯한 기금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정부예산을 통한 출연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도 교육개혁과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 교육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기금 부족 때문에 불이익이 없도록 배려해 달라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 역시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예산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교사의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 섰다. 정부부담이나 예산당국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세금이라는 의미다.

물론 정부부문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은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이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은 30년 넘게 시행되어온 공무원연금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운용과정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부실 운용이 끝내는 공무원을 내보내면서 국민 세금을 쥐어주지 않으면 안되느냐는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없이 지적되었듯이 공무원연금은 구멍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장기근속자 누증에 따른 연금수혜액 증가, 국민 평균수명의 연장 등을 내다보지 못한 데다, 중단기적으로도 공공금융이나 후생복지사업 같은 데 돈을 투자해 수익률이 떨어졌다. 기금의 반 이상을 수익성 높은 은행금리나 증권투자에 넣지 않고 공공금융같은 데 쏟아부었으니 재원이 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연금제도상의 문제도 있었다. 공무원과 정부가 합쳐 내는 갹출액에 비해 연금지출은 너무 높아, 일시불로 치면 부담액의 서너배를 가져가도록 돼 있었다. 구조적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같은 적자가 나게 돼있었던 것이다. 각종 명목의 단기급여를 줄여 기금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쉽사리 끊어내질 못했다. 그렇게 누적되어온 기금 부실이 이제 세금으로 해결하는 방책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국민연금을 둘러싼 마찰과 논란은 여전하다. 소득신고 마감일(15일)을 앞둔 가입실적 높이기 경쟁으로 심야 전화공세가 펼쳐져 항의소동을 빚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밤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자정에도 전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변명은 있다. 하지만 득달같은 권유가 반강제적 소득신고아니냐는 불만을 산다. 국민연금도 치밀한 예측과 기금관리 및 운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종국에는 세금으로 때우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