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여당의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수사가 애초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급진전했다는 점은 검찰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대통령의 지시와 관계없이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에 능동적으로 의욕을 보였더라면 모양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검찰의 생리가 그대로 남아있음을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를 어떻게 매듭짓느냐는 점은 검찰의 위상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혹시 말단 운동원 몇명만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를 어물쩍 끝낸다면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30% 안팎의 낮은 투표율을 가져온 국민의 정치불신과 염증은 근본적으로 검찰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불법타락선거를 용납하지 않았다면 부정선거의 악순환은 거듭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선거문화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전기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조그마한 불법타락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강도높은 수사를 펼쳐야 한다.
무엇보다 큰 관심사는 당선무효의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검찰은 여당이 의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불법혐의를 철저히 파헤쳐 한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여당후보가 이기면 적당히 넘어간다는 고정관념을 반드시 깨뜨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간다면 검찰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질 뿐만 아니라 집권세력의 도덕성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바로 서면 정치도 바로 서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민회의가 각종 특위위원 위촉이라는 편법을 사용해 2만여명의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사건도 진상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입당원서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여당측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특위위원과 당원은 이름만 다를 뿐 실질은 다를 게 없다.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수사를 다시 한번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촉구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