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막오른 99대한화재컵 조별리그에 왼쪽 허벅지 근육 파열로 초대받지 못한 그가 14일 안양 LG와의 홈 경기에서 마침내 첫 선을 보인다.
그런데 그의 마음은 가볍지가 않다. 자신은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병마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채 한달도 안된 1월. 아내 박성희씨(28)는 유방암 치료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1m65의 작은 키에 볼품 없는 자신을 완전히 바꿔놓은 아내였기에 그의 충격은 더 했다.
투병중인 아내를 두고 그는 2월 호주 전지훈련을 떠났다.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신이 마음을 다 잡는 것. 그는 호주 프로축구 1부리그 캔버라 코스모스클럽과의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4개나 기록하며 컨디션을 되찾았다.
아내는 지난달 2차 수술을 받았다. 이제 항생제투약은 끊었지만 재발의 위험은 있다. 빨리 아이도 갖고 싶지만 그 말은 차마 꺼낼 수 없다.
“집 사람은 핸드볼 선수출신으로 저와 같은 오른쪽 공격수였어요. 같은 포지션으로 저의 심리를 잘 읽죠. 게다가 축구 박사가 다 돼 충고도 예리합니다. 아프지만 다부진 집 사람에게 좋은 선물을 줘야 하는데….”
3일부터 다시 몸 만들기에 들어간 그의 현재 컨디션은 80%. 매 게임 최선을 다해 ‘10골―10도움’ 클럽에 드는 게 올시즌 목표다. 그러면 2년 연속 정규리그 어시스트왕에 오를 수 있다.
뛰어난 발 재간에 자로 잰듯한 센터링, 상대 수비수의 혼을 빼놓으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파워 플레이.
정정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에 올해는 ‘애처가’라는 별칭이 하나 더 덧붙어야 할 것 같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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