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보는 발칸사태]『미국은 새로운 히틀러』

  • 입력 1999년 4월 13일 19시 38분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미국이 오늘은 유고를 반대하는 군사적 침략을 감행하지만 내일은 또 어떤 나라를 군사적 공격목표로 삼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 공습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고 한국전이 재발할 경우 미국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현대국제연구소와 미국 몬터레이국제학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공동보고서에서 “북한 관리들이 워싱턴에 대한 환상을 버리게 됐다”며 “그들은 미국에 대해 위협과 압박, 그리고 침략을 통해 세계를 지배할 의도를 가진 ‘새로운 히틀러’라는 인식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은 자신들이 조금만 틈을 보이면 미국이 독수리처럼 공격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워싱턴과 협상을 계속하면서도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북한은 NATO의 유고공습이 시작된 이래 NATO의 군사행동을 ‘자주권 유린’이라고 비난하며 유고의 입장을 두둔해 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담화를 통해 “NATO를 동원한 미국 등 서방 나라들의 무력행사는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대한 난폭한 유린행위이며, 발칸지역과 유럽 나아가 세계평화와 안전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코소보 문제는 유고의 자주권 등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분쟁당사자들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정치적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평양에서 열린 NATO 비난집회에서 이성호 대외문화연락위원회부위원장은 “미국과 NATO의 난폭한 유린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우리 인민은 유고인민의 정의의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성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중앙방송 또한 지난달 26일 “유고의 지원병들이 조국보위를 위한 싸움에 용약 떨쳐나섰다”며 공습 직후 유고군이 NATO군의 비행기를 격추하고 순항미사일을 요격한 사실을 강조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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