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직전 프로야구 외국인선수 합동기자회견 때다.
호세(롯데), 로마이어(한화), 스미스(삼성), 피어슨(현대) 등 올해 처음 한국땅을 밟은 「제2기 용병거포 4인방」은 홈런얘기부터 꺼냈다.
지난해 42홈런 신기록을 세운 고참용병 우즈(두산)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면서도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승부가 될 겁니다. 워낙 훌륭한 타자들이니까요.”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막상 뚜껑을 연 99프로야구는 전혀 새로운 얼굴이 홈런왕 후보로 올라서는 이변을 낳고 있다.
먼저 용병 중에선 비교적 중거리타자로 알려진 데이비스(한화)와 샌더스(해태)가 꾸준한 페이스를 자랑하며 14일 현재 홈런 공동선두(4개)로 박차고 나왔다.
반면 스미스는 15타수 1안타의 부진 속에 선발 엔트리에서조차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고 전미 드래프트에서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매리너스)와 1,2위를 다퉜던 피어슨은 홈런 1개에 그치고 있다.
시즌 2호를 기록한 우즈와 호세, 로마이어도 연일 안타는 날리고 있지만 마음먹은 대로 홈런 방망이가 터지지 않기는 마찬가지.
토종타자의 서열에도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승엽 김기태(삼성), 박재홍(현대), 양준혁(해태)에 시범경기 홈런왕(3개)인 2년생 김동주(두산)의 타격 5인방이 시즌초 침묵을 지키는 동안 고졸 신세대 거포들이 큼지막한 명함을 내밀었다.
용병 2명과 함께 홈런 공동선두인 「아기호랑이」 이호준(해태)과 「소년장사」 심정수(두산). 96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이호준은 올해 당당히 해태의 중심타선에 올라서며 새로운 야구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올해 홈런선두 중 유일하게 홈런 10걸(95년 4위, 98년 10위)에 이름을 올린 심정수는 외야가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만 홈런 4개를 쏘아올리며 첫 홈런왕 타이틀의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교타자 이병규(LG)와 이숭용(현대), 톱타자 최익성(한화)이 홈런 레이스(이상 3개)에 가세하며 올시즌 홈런왕 이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