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연의 Man`s 클리닉]性해방, 발로부터의 외침?

  • 입력 1999년 4월 15일 19시 46분


요즘 거리에서 여성들의 신발을 훔쳐보는(?) 것은 특별한 재미가 있다. 지금까지 여성의 신발은 볼이 좁고 작았다. 언제부턴지 투박하고 큼지막한 신발이 활보하면서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어지고 있다.

풋 페티시즘(Foot Fetishism)이란 말이 있다. 여성의 발이나 신발을 섹스의 대상으로 삼아 숭배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전족제도. 태어나면서 비단으로 발을 칭칭 동여매 성인이 돼도 발 길이가 10㎝를 넘지 않았다. 문헌에 따르면 이 ‘앙징맞은’ 발을 대상으로 성적인 희롱을 하는 방법이 무려 22가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발에는 신경이 많이 분포돼 훌륭한 성감대 노릇을 한다. 중국인의 은유적 표현에 “남의 신을 신지 말라”는 말은 “남의 여자에게 손 대지 말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좁은 볼로 발을 옥죄는 버선을 외씨버선이라고 고상하게 표현하여 여성에게 고통을 강요했다. 나일론이 개발되면서 양말과 스타킹이 여성의 발을 해방시키는 전기가 됐다. 그러자 하이힐이 등장했다. 가늘고 높은 굽, 좁은 볼 속으로 발을 욱여넣고 뒤뚱거리며 걷는 여성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했다. 여성의 발은 남성의 에로티시즘에 희생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요즘 젊은 여성이 애용하는 코끝이 뭉툭하고 커다란 신발, 심지어 군화를 연상케 하는 와일드한 부츠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적어도 남성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그래서 성의 종속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는 소리없는 외침이 아닐지. 02―539―7575

이무연(굿모닝 남성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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