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 출신 독일작가인 카프카는 문학박사가 아닌 법학박사였다. 40대초에 요절할 때까지 그의 주된 관심사는 ‘법과 인간’이었다. ‘소송’ ‘심판’ ‘유형지에서’ 등에 나타난 그의 작품세계에는 법에 대한 혐오가 짙게 배어 있다. 카프카는 “인간에 대한 무관심을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 법학을 택했다”는 무서운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처절한 고백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법조인들이 우리나라만큼 조소와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도 지식층을 포함한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법조인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법과대학의 높은 인기는 사회의 다양화 물결 속에서도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카프카 역시 아버지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했으나 ‘무의미한 지식’을 습득하는데 시간을 죽이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인간을 위해 법이 있는가, 법을 위해 인간이 있는가.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사법연수원 특강에서 예비 법조인들에게 던진 화두(話頭)는 법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뇌를 요구한다. 법률지식의 해박함과 논리의 정연함만으로는 풀 수 없는 근본적 물음이다. ‘카프카의 회의(懷疑)’를 뛰어넘는 철학적 기초가 법조인들에게 필요하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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