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인권법안」 욕먹는 이유

  • 입력 1999년 4월 16일 19시 58분


정부의 인권법 제정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학계 법조계 등의 저항이 거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과거 민주화동지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이돈명(李敦明)변호사 등 각계인사 30여명은 인권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18개 인권단체 회원 34명은 7일부터 명동성당에서 1주일간 항의 단식농성을 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중심으로 한 변호사 1백30명은 13일 반인권적인 인권법안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인권법안이 내용과 실질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과거 정권 하에서 인권탄압의 주역 중 하나로 지목됐고 앞으로 인권위의 감시를 받아야 할 법무부나 검찰이 인권위 설립 등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이 김대통령의 ‘인권대통령’ 이미지 고양을 위한 ‘구색맞추기’ 차원에서 인권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시민단체 등은 인권위를 민간특수법인으로 하려는 것 자체를 생색만 내고 실제로는 인권위를 법무부 산하단체화하려는 의도로 본다.인권위의 ‘미약한 권한’도 시민단체 등의 불만사항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홍보용 장식품이 아닌국민을 위한 인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인권대통령’이라는 말이 ‘허명(虛名)’으로 끝나지 않게 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기초위원회를 구성해 법안의 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때인 것 같다.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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