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Living]지진에 끄덕없는 「흙집」개발

  • 입력 1999년 4월 18일 20시 14분


흙과 시멘트를 가득 담은 자루를 쌓아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건물을 짓는 실험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란 출신의 건축가 네이더 칼릴리와 그가 근무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흙 건축 연구소의 동료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실험은 현재 8년째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헤스페리아 지역에 이미 흙과 시멘트 자루로 지은 집을 몇 채 완성했으며 헤스페리아 시의 의뢰를 받아 헤스페리아 박물관 및 자연 센터를 짓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슈퍼 아도브라고 이름붙인 이 건축 양식으로 집을 짓는 법은 간단하다. 길이가 수백m나 되는 자루에 흙과 시멘트 물을 담아 똬리 모양으로 쌓아 올리거나 커다란 벽돌을 쌓듯이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건물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철조망을 두르고 그 위에 장식용 벽흙을 바른다.

칼릴리와 그의 동료들은 이 방법을 이용해 싸고 빠르게 단단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집을 짓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방식이 제삼세계의 주택 문제 해결과 긴급 난민 수용 건물 등을 짓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지나치게 소비적인 생활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주거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칼릴리와 그의 동료들은 슈퍼 아도브 건물이 자신들의 주장만큼 튼튼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몇 년간에 걸쳐 지진 실험을 비롯해 엄격한 건축기준 실험들을 거쳐야 했다.

헤스페리아 시는 슈퍼 아도브 건물이 모든 실험을 통과하자 칼릴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헤스페리아 박물관 및 자연 센터의 건축을 맡겼다. 96년에 기공돼 2000년에 완공될 예정인 이 박물관의 건축에는 모두 1백20만달러가 들 예정이며 현재 박물관의 입구 역할을 하는 돔이 완성돼 있다. 헤스페리아 시는 이 돔과 박물관의 건축 현장을 일반에게 무료 공개하고 있으며 앞으로 박물관 근처에 슈퍼 아도브 양식으로 지은 집들도 허가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슈퍼 아도브를 비판하는 건축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몬태나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인 피터 버만은 현대적인 기술을 이용해 슈퍼 아도브보다 더 튼튼하고 더 가벼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서 슈퍼 아도브 양식의 집에서 살게 될 사람들은 이 기이한 집에 기존의 표준에 맞춰 제작된 문짝이나 창문을 달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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