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대부분은 관광비자나 친척방문비자로 입국해 비자시효가 만료된 불법체류자들. 최근 서울 등 대도시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이 심해지자 상대적으로 신분노출 위험이 덜한 신도시로 옮겨와 다방종업원이나 파출부 식당종업원 등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 경의선 일산역 주변 K다방. 3명의 여종업원 중 한명인 박모씨(34)는 한국에 들어온지 6년째인 중국교포다.
“지난달 이곳으로 옮겼는데 중국교포가 없는 다방이 없더라고요. 일산역 주변 다방에만 수십명이 있어요.”
일산 신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국교포 여성들은 대개 서울에서 옮겨왔다. 당국의 단속이 서울에 비해 훨씬 느슨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박씨는 “서울에선 일주일에 경찰이 두세번씩 다방을 찾아와 신분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탈주범 신창원이 다방 여종업원과 동거했기 때문에 다방을 집중 단속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이 곳의 다방들이 서울에선 할 수 없는 티켓영업을 하면서 여종업원에게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에 높은 수입을 바라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경의선 능곡역 주변의 한 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씨(35)는 “경기 불황이후 서울에선 지난해말 한달 월급이 1백5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떨어졌다”며 “하지만 이쪽에선 한달에 1백20만원씩 받을 수가 있다”고 귀띔했다.
신도시에서 파출부나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중국교포 여성도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한국여성에 비해 임금이 현저히 낮다.
두달전 중국교포를 파출부로 고용했다는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의 이모씨(36·여)는 “한국인에게 주는 월급의 반인 60만원을 주고 있다”며 “친척이나 친구가 없어 돌아다니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인력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교포 출신 파출부나 식당 종업원을 찾는 전화와 ‘어떻게 하면 그들과 접촉이 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