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도덕성을 방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래서 각종 스캔들과 의회의 탄핵은 잘 넘겼지만 집권 6년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외교정책에서 커져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코소보사태는 세르비아군이 드레니카 지역에서 알바니아인 45명을 학살한 지난해 2월 분출했다. 불행히도 이 때는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터져나온 직후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국대표인 알렉산더 버쉬바우가 비밀전문을 보내 코보소에 지상군 투입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 오고 있다고 경고한 것은 지난해 8월7일. 르윈스키 스캔들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연방 대배심 증언을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18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코소보를 방문하고 돌아온 밥 돌 전 상원의원이 클린턴과 단독회동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클린턴의 대답은 탄핵재판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해 달라는 것이었다.
2월에야 탄핵의 위기에서 벗어난 클린턴이 유고공습을 결정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세르비아군은 알바니아인들을 축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였다.
뒤늦게 코소보사태에 매달린 탓일까. 클린턴은 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다가 닷새만에 급히 주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달말 재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도자로서는 안정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도덕성과 능력을 별개의 문제로 보기도 어려워진 것은 아닐까.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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