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키드]부산 금정구 양목씨네

  • 입력 1999년 4월 19일 18시 58분


《중매결혼한 양목(38·사업) 박소영씨(32·부산시립교향악단 단원) 부부. 맞벌이인 탓에 출퇴근하는 보모를 고용했다. 아내 박씨는 오후 1시반∼3시 귀가. 부산금정구구서동구서빌라(50평, 방 5개)에 사는 이 부부의 밀레니엄 키드는 부산 아람유치원 국화반의 운정(4)과 생후 10개월인 수현 등 두 딸.》

▽거울아 거울아〓저녁 세수를 끝낸 8시반부터 10분간, 어머니는 거울 앞에 앉아 운정이를 ‘무차별’ 칭찬. “머리카락을 두가닥으로 땋으니까 최고로 예뻐.”(엄마)“난 동그란 눈이 제일 예쁜데.”(운정) ‘제일’‘최고로’ 등 단어를 쓰되, 구체적 이유를 들어가며 칭찬하는 동안 운정이는 자기애를 키운다. 특히 딸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구체적 대상을 들어 딸의 ‘우수성’을 부각한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겼어?”(엄마) “머리가 길고 속쌍커풀이 예뻐.”(운정)“운정이도 예뻐. 머리카락이 반짝거리고 눈흰자위도 새하얗고.”

▽책은 수면제가 아니다〓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준 뒤 그 책을 책꽂이에 되꽂아놓고 불을 끈 뒤에 아이가 잠들도록 습관을 들여놓았다. 동화책을 읽어줄 때 잠들면 ‘독서〓수면제’라는 사고가 무의식 중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 그림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도록 하는 게 우선인 만큼 글을 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간혹 내용을 틀리게 말해 아이가 바로잡도록 한다. “…그래서 오빠는 햇님이 되고 여동생은 달님이 됐어. 얘기 끝.”(엄마)“틀렸어. 여동생이 ‘밤이 무섭다’고 울어서 오빠가 바꿔 줬어. 그래서 여동생이 햇님이 됐어.”(운정)“아참, 그랬지. 운정이는 엄마보다 똑똑하네.”(엄마)

▽VTR교육〓자연학습과 영어 등의 다양한 비디오테이프를 갖추고 아이가 자유롭게 보도록 한다. 운정이는 두 돌이 지나면서 VCR 작동법을 익혔다. 비디오를 보면 ‘공부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학습하며 등장인물의 노래나 몸짓을 따라하는 과정에서 예능교육과 운동을 겸할 수 있다는 게 부모의 생각. 부모부터 TV를 보지 않으며 정 보고 싶으면 안방 구석의 컴퓨터모니터로 본다.

▽‘오빠’와 ‘태호야’〓아이가 질문하면 분석적이고 실례(實例) 위주로 대답한다. “나는 태호오빠를 ‘오빠’하고 부르는데 엄마는 왜 ‘태호야’하고 불러?”(운정) “그럼 운정이는 엄마한테 ‘엄마’라고 하는데 태호는 왜 ‘외숙모’라고 부를까?”(엄마)

단어는 세분화해 가르친다. ‘어휘만큼 사고한다’고 믿는다. ‘빨강’보다는 ‘빨강’‘분홍’‘다홍’ 식. 또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려고 정확한 이유를 나열하며 말하도록 한다. 운정은 이제 김치에 대해 말할 경우 “이 김치는 더 하얗고 물기가 많고 오징어가 들어가서 맛있다”고 말한다.

▽기타〓△옷은 멋대로 골라입게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창의성과 미의식을 기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 헤어스타일도 마찬가지. 얼마전 운정이는 바지를 입고 위에 치마를 둘러입는 레이어드를 ‘창조’해 냈다 △과자나 사탕을 달라고 조를 땐 바로 주지 않는다. “방에 가서 10까지 세고 와”하고 주문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나쁜 짓하면 119가 와 잡아간다.”어머니는 아이가 두려워하는 ‘가공의’ 대상을 때론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이유 불문하고 거짓말은 안된다고 믿고 있다.

★부산지역 학부모 성향★

부산은 고층 아파트와 빌라 밀집지역인 금정구 구서동 일대의 교육열이 전통적으로 높다. 그러나 최근 해운대구에 3만6천 가구 규모의 신시가지가 들어서면서 이곳 신세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달아오르고 있다.

구서동은 수영 바이올린등을 가르치는 예체능학원이나 개인교습이, 해운대구는 학습지 구독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

아파트 부녀회나 반상회 활동이 활발해 교육과 관련한 소문이 빨리 퍼지고 이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이다.

부산에는 최근 ‘장세척을 하면 아이가 오랜 시간 공부해도 피곤하지 않다’는 소문이 서울에 이어 돌았고 실제 적잖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장세척을 ‘선물’했다는 후문. 그러나 전문의들은 아이들의 장세척은 효과도 없고 상처가 생길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다를 상시 접할 수 있어 아이들을 위한 ‘정서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분석도.

〈부산〓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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