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곳을 찾던 김씨는 깜짝 놀랐다.
종묘 동쪽담 바로 옆 도로에 쓰레기 하치장이 있었던 것.
김씨는 95년 석굴암 등과 함께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 바로 옆에 쓰레기 하치장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곳은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 말 종묘 창덕궁 등을 잇는 관광도로를 조성한다며 수십억원을 들여 종묘 주변을 따라 과거 포졸들이 순찰을 돌던 ‘순라길’을 정비한 곳. 그러나 순라길 시작지점에 있는 쓰레기 하치장을 그대로 남겨둬 헛공사를 한 셈이 됐다.
이곳은 종로5,6가동과 숭인동 일대의 쓰레기가 모이는 곳. 소형 청소차량이 동네를 돌며 수거한 쓰레기를 내린 뒤 다시 대형 차량에 옮겨 싣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하루에 처리되는 쓰레기 양은 15t가량.
쓰레기 하치장이 인가와 불과 수십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상당하다.
주민 정모씨(57)는 “쓰레기 냄새와 먼지로 인해 여름철에는 특히 고생이 심하다”며 “새벽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밤잠을 깨기가 일쑤”라고 하치장 이전을 호소했다.
그러나 구청은 쓰레기 하치장 자체를 옮기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입장.
구청측은 “그동안 다른 부지를 물색했으나 종로구 내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다”며 “간신히 부지를 선정해 매입하려 하면 주민들이 반발해 여러차례 백지화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강서구와 공동 소각장을 만들어 쓰레기를 직접 내다버리는 방안도 추진중이지만 소각장 완공시점이 2003년으로 잡혀 있어 당분간 쓰레기 하치장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
종로구에는 종묘뿐만 아니라 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옆에도 쓰레기 하치장이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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