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금강산관광은 1백여일 만에 남북 분단사에 대규모 인적교류의 한 획을 그은 셈이다.분단상황이 지속됨으로써 서로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통일의 당위성마저 희미해지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일대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하지만 모처럼 맞은 이같은 화해무드가 관광객들의 작은 욕심 때문에 또다른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금강산관광은 ‘하지마’관광이라고 할 정도로 금지사항이 많다. 흡연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고 휴지를 버려도 안되는 등 1백여 가지의 금지사항이 있다.그중 북한당국이 가장 신경쓰는 대목 중 하나는 비디오카메라의 배율문제. 군사지역인 고성항과 장전항에 24배율 이상의 ‘줌렌즈’를 가진 비디오카메라는 절대적 ‘금기사항’이다.하지만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하는 관광객들이 이를 무시하고 세관을 통과하려다 카메라를 빼앗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18일 장전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던 관광객 중 4명이 이 규정을 무시하고 카메라를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북한세관 관리는 “이러니 남조선 사람들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나친 규제를 하는 북한측의 경직된 태도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 사소한 위반행위가 새로운 불신을 낳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하태원<사회부>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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