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재대행의 「特委」 임명장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중앙선관위는 3·30재보선 과정에서 국민회의가 구로을 및 안양선거구 유권자 2만여명을 각종 ‘특위위원’으로 위촉해 선거에 이용한 혐의 등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의뢰했다. 이같은 조치는 선관위가 일단 국민회의측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선관위의 수사의뢰는 두가지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첫째, 재보선 직전 특위위원을 위촉한 사실을 일부 확인한 점이다. 둘째, 전화선거운동원 명단작성의 대가로 1인당 1만5천원씩을 줬다는 증언이다.

선관위는 사건을 검찰로 넘기면서 국민회의의 특위위원 위촉이 선거법상 허용되는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회의측은 법이 금지한 입당원서 받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특위위원’은 ‘당원’과 이름만 다를뿐 표 모으기의 편법이라는 점에서 실질은 다를 게 없다고 보고 수사의뢰를 한 것이다. 특히 재보선 당시 조세형(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과 한광옥(韓光玉)구로을지구당위원장 공동명의의 임명장까지 준 것으로 확인된 점은 중앙당의 개입을 시사하는 중대한 사실이다.

내년의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개혁’이라는 명제가 큰 현안으로 대두돼 있다. 특히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연초 올해는 정치개혁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당장의 선거부정부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런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따라서 이번 검찰수사는 내년 총선의 공명성 여부를 전망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 특위위원 위촉의 위법여부는 물론 이를 둘러싼 금품수수 여부 등 관련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분명히 규명해 선거부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국민회의는 선관위 조사과정에서 특위관련 자료의 제출요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로 떳떳하다면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조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옳다. 또한 특위위원 위촉이 통상적 정당활동이라고 주장하나 선관위 조사결과 선거직전 각종 특위위원을 위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위촉장과 특위위원명부 등 물적 증거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그렇다면 위법성은 이미 드러난 것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여당이 과거처럼 탈법적 방법으로 ‘여당 프리미엄’을 챙기려 한다면 이제 용서받을 수 없는 시대다. 더욱이 현정부는 ‘국민의 정부’ ‘50년만의 여야정권교체’라는 점에 도덕성의 바탕을 두고 있지 않은가. 아직까지 공명선거 풍토가 뿌리내리지 못한데는 검찰의 물렁한 대처에도 책임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 검찰은 엄정한 수사와 처리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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