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한국리더십센터」, 사원 모두가「사장」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대기업에 근무하던 박정길(朴正吉·32)씨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 첫 출근날부터 지금까지 ‘충격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의때 말단 직원이 사장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가 하면 사장이 직접 서류를 복사하는 모습에서 박씨는 ‘문화충격(Cultural Shock)’을 겪고 있는 것.

대기업에선 볼 수 없는 일들이다.

박씨의 새 직장은 한국리더십센터. 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직 생산성 향상기법, 시간 관리기법 등을 컨설팅해주는 회사다.

▽모두가 사장, 모두가 말단사원〓박씨의 입사 뒤 첫 회의. 김경섭(金庚燮·59)사장이 어느 회사 컨설팅 업무를 A팀에 배정하자 다른 팀은 즉각 “그 회사는 우리 팀의 성격에 맞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장부터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발언권을 갖기 때문에 가능한 일.

조직이 수평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일은 ‘내가 사장’이지만 자잘한 업무는 사장을 포함해 모두가 똑같이 나눠 맡는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최근 퇴근 무렵에 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 김사장이 컴퓨터업무를 부탁하자 한 여직원은 “영어학원에 가야 할 시간”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박씨는 “아무리 윗사람의 지시라도 담당자가 판단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과(功過)는 철저히 가린다〓김사장은 매달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내거나 아침에 일찍 출근한 횟수가 많은 사람에게 상금을 주고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직원들을 독려한다.

반대로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따진다. 잘못이 지적된 직원은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전 직원으로부터 이해를 구할 수 있다.

▽직원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김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사보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외국어학원에 다니거나 대학원에 다니면 회사가 등록금의 70%를 지원한다.

▽선진 기업문화의 결과는 매출 상승〓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첫 해 6천만원의 매출에 머물렀지만 매년 매출이 늘어 작년에는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50억원. 박씨는 “LG 현대 대우 등 웬만한 대기업은 다 한번씩 컨설팅을 받았고 청와대나 군쪽에서도 요청이 온다”고 밝혔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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