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교포 2세 스카 고헤이의 「형사 3부작」

  • 입력 1999년 4월 21일 20시 07분


일본 톱클래스 연극인으로 평가받는 재일교포 2세 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51)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3부작 ‘뜨거운 바다∼도쿄에서 온 형사’ ‘뜨거운 파도∼평양에서 온 형사’ ‘뜨거운 파도∼여형사이야기(일본어공연)’는 일견 파격적이다.

거창한 주제의 작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조국 사랑 평화 같은 ‘박제된 듯한’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조국의 분단현실을 조명해보겠다”고 밝힌 기획의도가 무색할 정도다.

연극평론가 김윤철은 “대신 작품마다 캐릭터는 엇박자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무대는 통일에 대한 진지한 담론보다 3류 쇼무대에 근접해있다”고 지적한다. 강한 비트의 록음악에 빨간색 조명을 동원해 무대가 콘서트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코미디에 가까운 요소를 쉴새없이 배치한 점도 이색적이다. ‘…평양에서 온 형사’에서 김정일의 지령을 받고 남파된 손형사(손병호 분)가 일급화학무기라는 ‘아마게돈’을 꺼내지만 알고보니 모발제에 불과하다. 얼핏 관객은 “이게 일본최고 연극이냐”는 손가락질할지 모르지만 쓰카 고헤이의 작품을 우리의 잣대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듯 싶다. 평론가 김미도(서울산업대 교수)의 지적대로 이번 무대의 의미는 일본 현대연극의 한 전형을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조화를 무시하고 온갖 양식을 뒤섞어놓은 포스트모던 기법이 그 대표적인 예. “그녀의 아름다움에서 조국을 발견했다”라는 대사에서 통일의 해법을 찾는 식의 일본연극 특유의 성모럴도 유심히 보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대극장에서 27일까지.

02―760―4614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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