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경제단체장들은 기업 「골병」 징크스

  • 입력 1999년 4월 21일 20시 07분


「총수가 경제단체장을 맡으면 회사는 어려워진다?」

이상한 ‘징크스’에 해당사들이 울상이다.

작년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 재계를 대변하고 구조조정 작업을 이끌어온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 역대 회장 최초로 회관내에 개인 집무실을 만들만큼 전경련 일에 열성을 보여 ‘재계의 주장(主將)’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자신이 키운 대우그룹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맛보았다. 매물 중에는 그가 ‘분신’처럼 아끼던 조선 부문도 포함돼 더욱 안타깝게 했다.전경련 관계자들은 “재계 일을 열심히 챙기느라 회사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착잡해 한다.

박상희(朴相熙) 중소기협회장의 사업체인 미주그룹의 사정은 더 어렵다. 주력 계열사인 미주실업 미주철강 등 4개사는 20일 워크아웃 대상으로 확정됐다. 역대 최연소 회장에 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하는 등 중소기협회장으로서 박회장의 경력은 화려했다.

하지만 미주그룹을 창업 10여년만에 탄탄한 중견그룹으로 일궈낸 능력을 너무 협회 쪽에 쏟은 탓인지 회사가 곤란에 빠지고 말았다.

협회회장을 지낸 총수 중 가장 큰 곤경에 빠진 인물은 박용학(朴龍學) 전 대농명예회장. 91년부터 94년까지 무역협회회장을 지낼 때만 해도 그는 ‘재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폭넓은 인맥을 과시했다.

그러나 70년대 재계 순위 15위권이던 굴지의 재벌그룹 대농은 재작년 부도를 내고 지금은 그룹의 형체조차 찾을 수 없다.

협회들은 ‘협회회장 회사〓부실화’ 징크스에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뛴다. 그러면서도 “두가지 일을 병행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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