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의 주제는 △우주에 시작이 있었는가 △우주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우주의 생명체가 우리 뿐인가의 세 가지였다.
우선 와인버그 박사는 과학과 종교 사이에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그런 대화를 하려는 시도 자체가 ‘종교에 당치않은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우주와 자연이 어째서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적다는 것을 인정했다. 포킹흔 박사 역시 현재로는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두 사람의 토론은 종교와 과학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와인버그 박사는 종교가 몇 가지 좋은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일에는 아주 형편없다”고 주장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착한 사람은 착한 일을 하고 나쁜 사람은 나쁜 짓을 하지만 착한 사람이 나쁜 짓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포킹혼 박사는 이에 대해 종교적 계시를 통해 사악한 사람들이 착한 일을 하게 된 예가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종교적 신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면서 그 예로 우주의 존재,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인간의 의식 등을 들었다.
그러나 포킹혼 박사는 과학이 신학에 도움이 된 적도 있었음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진화론 덕분에 신학자들은 신이 처음부터 스스로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세상을 창조했다는 주장을 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비로운 신이 창조한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는가 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토론은 예상했던 대로 처음에 제시된 형이상학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났다. 물리학자인 윌리엄 포터는 “신학적 권위는 계시를 통해 얻어지는 반면 과학적 권위는 실험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결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