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색 「요리 퍼포먼스」 펼치는 임지호씨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사물놀이패 상쇠의 꽹과리 장단이 숨가쁠 만큼 빨라질 즈음 그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든 채 훌쩍 담을 넘어 뒷산을 향해 뛰었다. 참나물 돌단풍 엄나무순 쇠뜨기나물 상수리꽃 진달래 개나리 벚꽃…. 따뜻한 봄볕 아래 기지개 켜던 봄 풀들이 그 비닐봉지에 담겼다. 그리고 그의 빠른 손놀림 속에서 야생의 풀이며 꽃은 하나 둘 음식이 된다. 참나물 샐러드, 개나리 진달래 수수 반죽으로 튀긴 돼지고기튀김.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 가득 봄향기가 퍼졌다.

‘요리 퍼포먼스’. 조리법에 구애 받지 않고 음악 시각 날씨 상대방의 인상 등 그때 그때 영감을 받아 즉석에서 재료를 구해 ‘손과 마음이 닿는 대로’ 요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날의 주인공은 경기 이천의 광주요(窯)에서 만난 임지호씨(44).

8세에 가출, 이곳 저곳 식당에서 일하며 어깨너머로 온갖 요리법을 배웠다는 임씨. 한 호텔의 한식당 주방장으로 일하기도 했던 그가 요리퍼포먼스를 시작한 것은 6년 전. “느낌만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맛을 낼 수 있다는 감각을 찾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말.

그에게 음식은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매개체’다. 그래서 그는 “그 계절에 가장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이상(理想)을 실현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봄에는 모든 새싹, 여름에는 뿌리의 껍질과 풋과일, 가을에는 잘 익은 과일과 가을꽃, 겨울에는 해초가 제격이라는 것. 그는 지금도 이것들을 찾아 1년에 5,6개월씩 전국을 떠돈다.

그는 스스로를 ‘샤머니즘적인 요리사’라 부른다. “어떤 경우든 잡념이 없고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 요리를 해야 먹는 사람이 그 음식을 통해 힘을 얻는다”는 말 속에서 왜 그가 그런 표현을 쓰는 지 알 수 있다.

현재는 경기 광주군 퇴촌면에 있는 ‘고와’라는 식당에 잠시 머물며 요리를 하는 중. 29일∼5월말에는 프랑스의 파리 낭트 아비뇽에서 잇따라 열리는 ‘설악산 자생식물전’에서 프랑스인들에게 요리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천〓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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