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는 과거 세계 대회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 축구의 선전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일본과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공동주최하는 한국으로서도 마땅히 축하를 보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축구 여건을 비교할 때 한국 축구가 일본에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예측은 전부터 있어 왔다. 이번 결승 진출을 계기로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대표팀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으나 16강을 가리는 조리그에서 탈락했다. 승부의 세계가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다. 실력 이외에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이라든지, 심판판정 경기운 등 다른 변수들이 함께 어우러져 경기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강의 팀이라도 매번 이길 수는 없다. 그것이 승부의 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 팀이 중도 탈락하고 일본이 결승에 진출한 사실을 놓고 두 나라 축구의 우열을 말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하지만 이번 경기내용만을 놓고 판단할 때 일본은 결승에 진출하기에 충분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인 것으로 생각해온 일본 축구가 언제 이처럼 발전한 것일까.
일본 축구를 주의깊게 지켜본 사람들은 이번 결승 진출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일본 축구가 기울여온 노력과 정성이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얘기다. 10년 단위의 장기계획을 세워 브라질에 유망 선수들을 대거 유학보내는가 하면 잔디구장 확보, 해외지도자 초빙 등 엄청난 투자를 해온 나라가 일본이다. 초등학교 팀의 경우 우리가 2백개에 불과한 데 비해 일본은 8천개가 넘는다. 모처럼 운이 좋아 결승에 올랐다기보다는 꾸준한 축구육성의 결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한국과 일본 축구는 동반자이자 경쟁자 관계다. 2002년 월드컵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서로 협력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반자이지만 월드컵을 통해 쉽게 비교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엄연한 경쟁 관계다. 월드컵 준비의 경우 우리는 아직도 시작 단계인데 비해 일본은 훨씬 앞서가고 있다. 한국 축구가 여유나 부리고 있을 시기는 지났다. 일본 축구의 성공비결이 꼭 축구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중장기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일을 추진하는 발전모델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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