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근로시간 단축]구조조정 지연-분위기 악영향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노사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는 임금삭감을 전제로 하지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을 4시간 줄이면 1백만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의 참여조건으로 제시한 주요 요구사항이어서 올 임단협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근로시간 정책은 한 나라의 사회 경제적 현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환경과 기업의 인력과잉 문제,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6천3백달러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할 때 현행 주당 44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최근 경총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40%는 아직도 과잉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유지를 명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기업의구조조정을지연시키고프랑스독일처럼중장기적으로실업문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최근 경제회생을 위해 사회각부문에서자연발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일하는 분위기’를해치는결과를초래할 수도 있다. 민간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은 공무원 국영기업체 등 국가 전체로 파급된다.

더 큰 문제는 노동계가 임금삭감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은 덜하고 임금은 똑같이 받겠다는 발상이다. 이럴 경우 임금단가 상승 및 초과근로 증가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훨씬 커지게 된다. 법정 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하면 임금인상 효과는 14.7%나 된다.

따라서 득보다 실이 많은 법정근로시간 단축보다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해고회피노력의일환으로실근로시간 단축을추진하고있다.정부도 실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고용유지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당면과제는 실업해소다. 선진국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단축 등의 미봉책보다는 직업 및 사회안전망의 확충 등을 통해 경기의 활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이라고 본다.

김정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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