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태로운 지하철, 그리고 春鬪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서울 지하철 파업이 길어지면서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당산역에서 대리 기관사가 조는 바람에 전동차가 방호벽에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불행중 다행으로 사망같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파업사태로 기관사가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긴급 투입된 대리 기관사들은 하루 평균 세 시간만 자고 일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조사에 의하면 기관사가 화장실 갈시간도 아껴가면서 하루 15시간 넘게 일해야 한다는 보도다.

무엇보다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 운행에는 안전이 우선이다. 대형사고는 물론 없어야 하고 소형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노사간 협상추이가 잘 풀려갈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당분간 노조의 현장 복귀도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당국이 이 파업이라는 비상사태에 걸맞은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하철 노조에 대해서도 시민의 불편과 안전을 볼모삼은 투쟁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조측의 명분과 논리를 부분적으로 이해는 하더라도, 이런 심각한 시민불편과 사고위험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이냐는 것이다.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이 28.3%나 감축돼 심야 퇴근길은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매일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극한투쟁만으로는 시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고 결국 이기는 노조가 될 수도 없다. 노조측은 이런 식의 대치 끝에 공권력 투입으로 끝내는 ‘옥쇄’하는 노동투쟁과 그런 악순환에 시민들은 지쳐있다는 점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정부와 서울시에 대해 사고를 막고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함께,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지하철 파업에 관한 어떤 명확한 원칙이 수립되는 계기로 삼기를 촉구한다.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투쟁, 구조조정이 싫다는 불법파업에 대해 어정쩡하게 달래고 어르는 식의 해결은 안된다는 것이다.

또 지하철을 언제까지 노동운동권의 전략거점으로 내버려 둘 것인지 단안을 내려야 한다. 불법파업으로 인한 불편을 덜기에 급급, 타협하고 물러서온 결과가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초래한 만큼 차제에 새로운 노사관행을 다잡도록 해야 한다. 서울지하철 파업은 올 봄 노동투쟁의 방향과 강도를 시사한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을 탈퇴하며 총력투쟁을 선언한데 이어 한국통신노조 등의 파업계획과 실업자대회 노동절 집회 등 추가 일정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지하철이 어떻게 결말지어지느냐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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