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民生현안 「아무생각 없는」여당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서울지하철 파업과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 등 긴급현안에 대처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을 보면 심하게 얘기해서 ‘아무 생각이 없구나’라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이들 민생현안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이면 당이라도 사전대비를 하거나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는 데도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뒷짐만 지고 있다가 청와대가 나서야 비로소 뒷북을 치기 일쑤다.

최근의 지하철 파업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특히 이번 파업이 민주노총이 총력을 기울이는 ‘춘투(春鬪)’의 향방을 가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의 할 일은 자명해진다. 그러나 여권은 이 문제를 서울시에만 맡겨놓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회의의 서울출신 중진의원은 “지하철 파업을 서울시 차원의 문제로 보고 당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큰 잘못”이라며 “당정회의라도 열어 파업시 군인력 투입 등 비상대책을 사전에 점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파업이 시작된 뒤에도 국민회의의 안이한 자세는 여전했다. 노조에 대한 비난과 대화를 통한 해결 촉구, 당지도부의 수서차량기지 방문과 근무자 격려, 서울 교대역에서의 매표 및 안내 봉사활동 등이 고작이었다.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회의는 사고 직후 의례적으로 당국과 항공사측에 철저한 정비와 안전점검만을 촉구했다. 며칠 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한항공의 전문경영체제 전환’을 언급하자 그때서야 대한항공 성토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23일 항공기사고 안전대책을 부랴부랴 발표했다.

물론 국민회의의 무기력하고 무성의한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국민에게 절실한 문제는 정치권의 떡 나눠먹기나 다름없는 선거구제협상 같은 것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민생현안임을 당지도부는 알아야 한다.

양기대<정치부>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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