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외국기업 몰아내는 파업

  • 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47분


지하철 파업 등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계속되자 주한 외국기업들은 사업철수까지 고려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철수는 대외신인도 추락 등 경제전반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노사 모두는 이들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실 노사관계가 불안하고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국내시장에 외국인투자자들이 관심을 다시 기울인 것은 ‘한국의 변화바람’ 덕분이었다. 새 정부는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사정위를 출범시켜 정리해고 법제화 등 관련법을 개정했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해 97년의 두배가 넘는 51억달러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요즘 파업사태를 바라보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 정리해고 법제화를 통한 구조조정 등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상의 주한 유럽연합(EU)상의 등 외국기업 단체들은 “1년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법과 사회적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한국정부와 시장을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관행이나 힘의 논리보다 법에 익숙한 외국인투자자의 눈에는 우리정부가 노동계와 재계사이의 힘겨루기에 끼여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실망스러웠을 게 분명하다.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속과 신의를 저버리고 ‘양치기 소년의 잘못’을 반복할 경우 신규 투자유치는 고사하고 그나마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마저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박정훈<정보산업부>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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