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외국인 노동자 「인권지킴이」 맹활약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 그러나 그들의 꿈은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으로 무참히 깨지기 십상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국 땅에서 적응하고 권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은 숙소 해결에서부터 임금체불과 고용주의 횡포에 대한 대응책 상담, 산업재해 보상 및 의료보험 혜택 제공 등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

97년 말 21만여명이었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경제난으로 한동안 급격하게 줄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다시 늘어나 최근 16만7천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중 70% 가량은 불법체류자로 강제노동과 성추행 등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실정에 놓여 있다.

현재 이들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단체는 전국에 30여개 정도. 이중 22개 단체가 외국인노동자문제대책협의회(외노협)를 구성, 활동하고 있다. 외노협 소속 단체 중 가장 선도적인 단체는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0342―756―2143). 80년대부터 노동자들을 위해 사목(司牧)활동을 해온 김해성(金海星·39)목사가 94년 4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외국인노동자문제를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중국 네팔 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문제 등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질병으로 직장을 그만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도 주요 활동이다.

이곳에서는 또 매주 일요일 무료진료와 한글교실을 진행,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화적 적응과 건강유지를 돕고 있다. 직원 8명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이 노동자의 집 관계자의 설명.

97년 1월 문을 연 외국인노동자법률구조센터(0351―492―8785)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법률구조활동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네팔 페루 출신 노동자모임 등 수도권에서 활동중인 외국인 노동자모임 등과 연대해 임금체불과 인권침해 등 각종 법률적인 분쟁해결을 위해 무료로 자문과 소송을 대행해주고 있다.

최근 외노협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민간의료보험 형식의 자체의료보험 공제조합 운영. 외노협은 최근 공동모금회로부터 5천만원을 지원받아 조만간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제회 운영방식은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5천원 정도의 회비를 거둬 기금을 조성한 뒤 의료기관과 연계해 의료보험수가 정도로 진료비를 낮추는 것.

이를 통해 갑자기 사고를 당해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1차 진료기관에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들 단체는 또 외국인 노동자부부의 자녀들이 국내에서 정상적인 교육혜택을 받도록 하는 일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외노협은 이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적 인권과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이주노동자를 위한 국제협약’에 정부가 가입하도록 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외노협 이금연(李今淵·39·여)회장은 “지난해 불법체류 외국인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판례를 이끌어 내는 등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신장과 생계보호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