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투수라는 현대 정민태, 한화 정민철도 4월말이 되자 몰매를 맞고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승리투수가 되는 법.
바야흐로 ‘중간계투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중간계투는 투수분업이 안된 몇년 전만 해도 선발이나 마무리에 끼지 못하는 ‘1.5군 투수’의 보직.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삼성 김현욱은 쌍방울 시절인 97년 중간계투요원으로 최초의 20승(2패6세이브)을 올리며 다승왕에 올랐다.
올해도 ‘이변’은 계속되고 있다. 25일 현재 다승 단독선두는 LG 차명석. 97년부터 2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한 초특급 중간계투인 그는 에이스 최향남의 손가락 골절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된 팀에 ‘구세주’ 역할을 해내고 있다. 9경기에 나가 20이닝을 던져 방어율 1.80에 4승무패.
드림리그 선두 롯데의 상승세도 오른손 정통파 신인 정원욱의 돌풍에서 비롯됐다. 1m75, 70㎏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과 제구력을 자랑하는 그는 어느새 3승을 챙겼다. 방어율도 1.08로 1과 3분의 1이닝이 모자란 규정이닝만 채우면 당장 선두로 나서게 된다.
이밖에 해태 이병석도 3승1패로 지난해까지 프로 8년간 올린 승수(2승7패) 이상을 시즌초에 올리며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올시즌 ‘타고투저’현상은 마무리 투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전승부가 잦은데다 등판이닝도 길어져 승리를 챙길 기회가 많아지게 됐다. 또 규정이닝을 채워 방어율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두산 진필중은 3구원승 3세이브로 다승 2위와 구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방어율도 1.80으로 차명석과 함께 공동선두.
삼성 임창용과 쌍방울 김원형도 어느새 2승씩 따냈다. 한화 구대성은 방어율 2.33으로 3위에 올랐다.
이러다간 92년 빙그레 송진우(19승8패17세이브)와 96년 한화 구대성(18승3패24세이브)처럼 구원왕이 다승왕까지 차지하는, 세계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부끄러운 기록’이 또다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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