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벌어진 고교생 총기난사사건도 본질이 다르지 않다. 자살로 끝낸 범인 두명 중 한명의 유서가 그것을 입증한다. “나를 모욕하고, 친구로 받아주지 않으며,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식으로 나를 대한 아이들은 죽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미 양국 청소년문제의 성격적 차이도 발견된다. 우리의 ‘왕따’들은 아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소극적 탈출시도가 고작인 반면 미국에서는 ‘가해자’를 집단살해하는 공격적 보복의 단계에까지 와있다.
▽그러나 책임문제로 눈을 돌리면 우리도 외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범인들이 히틀러 생일(4월20일)에 맞춰 범행했다고 나치즘만 탓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범인들의 부모까지 형사처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총기확보 등 자식들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도 왜 사전에 손을 쓰지 않았느냐는 사회적 추궁이다. 미국인들은 부모의 감독소홀(70%)을 최대 원인으로 꼽고 있다는 소식이다.
▽‘먼 산의 불’만은 아니다.개인의총기소지가금지된우리에게 ‘발등의 불’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이 자녀를 ‘시한폭탄’으로 키우는 측면은 없는지. 자기 자식의 기(氣)살리기에만열중하는부모,아파트 평수가 작은 집 아이와 못놀게 하는 부모…. 생각해 볼 점이 너무 많지 않은가.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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