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업계는 전국 7백여만대의 PC중 30만대 가량이 CIH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아 수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막상 정통부는 피해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부가 사전에 CIH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예고하고 백신프로그램을 구해 예방토록 대국민 홍보를 했더라면 설계도면이 날아가 도산위기에 빠지는 중소기업이 나타날 리 없었고 중요한 정부 문서들이 증발해 정책집행에 혼란이 생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기회있을 때마다 정보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하고 국민 1천만명에게 정보화교육을 시킨다고 주장해온 정통부는 이번 CIH바이러스 앞에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보여 주었다.
전국이 CIH바이러스 대란을 치른지 하루 뒤인 27일 안병엽(安炳燁)정통부차관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이러스퇴치 관련예산을 늘리고 교육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연방정부의 사전노력으로 단 수백대의 PC만 피해를 보았던 것과 대비된다.
CIH보다 더 공격적인 바이러스가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른다. 이번 사태는 Y2K(컴퓨터2000년 표기문제)가 어떤 재앙을 몰고올 수 있을지 예고하는 전주곡일 수도 있다. 아울러 정부가 더이상 정보화의 장밋빛 환상에만 젖어있을 때가 아니라는 점을 경고해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김학진(정보산업부)j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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