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인제씨『개헌결정은 국민의 몫』

  • 입력 1999년 4월 28일 20시 07분


6개월 간의 미국생활을 끝내고 이틀전 귀국한 이인제(李仁濟)국민회의 당무위원이 28일 국민회의 당사를 찾아 ‘신고’를 마쳤다.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을 만난 자리에서 이위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역사앞에서의 화해’를 강조하며 조만간 상도동으로 김전대통령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청와대로 김대통령을 찾아가 인사를 한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이위원은 김전대통령은 물론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권노갑(權魯甲)국민회의고문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수석부의장 등에게도 귀국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가 단순히 국민회의의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여권 내에서도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수성부의장까지 거론하며 15대 총선 직전 김전대통령이 ‘이회창(李會昌)―박찬종(朴燦鍾)카드’를 뽑아들었던 상황을 연상하기도 한다. 이위원은 인터뷰에서 현 DJP체제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선(先)내각제 매듭’ 및 정계개편을 역설했다.

―내각제 문제를 국민주권적 결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각제 논란이 오래가서는 안된다. 정부형태를 바꾸는 내각제 문제가 두 지도자 사이의 약속이나 정치게임의 차원에서 논의돼서는 더더욱 안된다.”

―국민주권적 결단이란 국민투표를 의미하는가.

“영국정부는 내심 유럽통화동맹(EMU) 가입을 바라고 있지만 반대여론이 50%를 넘자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현행 간선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자는 논의가 활발해 개헌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꼭 필요하다면 국민의 뜻이 내각제로의 변경에 있는지, 아니면 현행 대통령제 보완에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물어 보는 절차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

―야당도 내각제 논의에 뛰어들었는데….

“야당이 기회주의적으로 나오는 것은 야당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정직하게 나와야 한다. 전략 전술로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이 따로 있지….”

―정계개편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그림이 있는가.

“정계개편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전국정당 정책정당으로 양대 정당구도가 확립돼야 한다. 시한을 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평면적 지역결합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념과 정강정책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 명예혁명이나 마찬가지지만 정치지도자들이 신념을 가지고 깃발을 들면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 정당들이 통합할 수도 있고 스스로 집을 허물고 새로운 깃발 아래 자연스럽게 창당할 수도 있다.”

―당장 8월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가능하겠는가.

“김대통령이나 당 지도부도 현재의 지역정당 구조를 전국정당 구조로 질적 개편을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먼저 그런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 상태만 재확인하는 전당대회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큰 틀의 변화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의 역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전대통령의 퇴임 후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가지로 걱정이다.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 두 분은 어쨌든 민주화시대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내신 분들이다. 역사 앞에서 떳떳하게 손을 잡으시는 게 좋겠다. 두분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불안해진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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