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휘자의 역량 여하에 따라 교향악단의 연주력은 큰 차이를 보임을 다시 확인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지휘한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윤용운은 풍부한 볼륨감과 안정감이 넘치는 사운드로 탄탄한 구성미와 긴장미를 유지하며 전곡을 이끌어 나갔다.멘델스존 교향곡 3번 지휘를 통해 빼어난 현악앙상블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광주시향의 조지 옥터스 거스틴, 축제 마지막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탁월한 완성도와 연주력으로 들려준 서울시향의 정치용은 곡에 대한 철저한 소화와 계획을 바탕으로 집중력이 높은 견고한 구성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연주 시간은 짧았지만, 윤이상의 ‘화염속의 천사’에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전악장을 뛰어넘는 음악적 긴장감과 감동이 농축되어 있었다.
협주곡은 협연자와 오케스트라 전체의 음악적 완성도로 보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코리안 심포니와 협연한 김형규의 연주가 돋보였다. 김형규는 곡에 대한 원숙미와 기품, 섬세하고 다채로운 뉘앙스를 담아서 음악적 영감이 충만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반면 모차르트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을 협연한 박상우(비올라)는 프로연주가의 존재와 연주 당위성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할 정도의 불완전한 연주를 했다. 그 외의 몇몇 협연자들도 음악적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 매너리즘을 보였다.
교향악축제 전체를 통해 가장 크게 와닿은 것은 ‘단원들과 지휘자와의 응집력, 작품을 늘 새롭게 대하는 진지함과 성실함’이란 보편적 주제였다. 지역과 학연을 떠난 자유로운 작곡가의 작품 선정, 협연자 선정 등을 통해 더욱 신선한 음악축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동준(음악평론가·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음악평론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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