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어버이날 孝콘서트 명창 김영임씨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09분


『검은머리 백발되고 …나도 엊그저께 소년행락(少年行樂)하였건만….』출생에서 저승길까지, 인생 고비고비의 절절한 회상이 가득 담긴 불가(佛歌) 회심곡(回心曲).

서구인들이 말러의 교향곡 9번이나 리햐르트 시트라우스의 ‘죽음과 정화’를 들으며 밀려오는 인생사의 회오(悔悟)에 흐느낀다면 우리는 단연 회심곡이다.

이제 회심곡의 대명사로 우뚝 선 경기민요 명창 김영임. 그가 어버이들의 살아온 인생사를 되새기게 하는 회심곡 콘서트 ‘효(孝)’를 어버이날에 맞춰 연다. 8일 오후3시,7시반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회상이 회심곡의 줄거리중 가장 큰 부분이죠. 23년전 처음 불렀을 때는 뜻도 잘 몰랐는데, 나이를 먹고 세상에 부대끼다 보니 이제야 부모님의 은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스물한살 젊은 나이에 녹음한 회심곡은 국악계 최초의 ‘밀리언셀러’. 1백만장의 판매고를 훨씬 상회한다(신나라유통 집계). 그러나 김영임은 음반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감정도 미숙했고,창법도 어림없었다’는 자평이다. 그래서 97년 새로 음반을 녹음해 내놓았다. ‘리듬이 풍성히 들어가면 좋겠다’싶어 반주에 북을 추가했다.

스타 국악인이지만 그의 목소리를 두고 일부에선 ‘뚝배기 깨지는 소리가 난다’고 비아냥댄다. 경기소리는 원래 맑은소리를 쓰는데 그의 노래는 판소리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개성시대’라는 말로 일축한다.

“선생들이 내내 하던대로만 따라해서는 국악은 박물관에 가게 됩니다. 연주자의 다양한 성격을 살려야 팬도 늘죠.”

실제로 팬은 그에게 사랑을 보냈다. 97년 4천석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작년 11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공연때는 식중독으로 운신조차 힘들어 남편(코미디언 이상해)이 ‘포기하자’며 눈물까지 비쳤지만 그는 오기 하나로 무대를 버텨냈다.

“우리 노래를 부르는 데는 타고난 성음, 노력에 의한 득음, 그리고 정확한 노래를 만드는 시김새를 타고나야 합니다. 김영임씨는 이 모두에다 듣는 사람을 한방에 ‘죽이는’ 끼를 타고났어요. 목소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이 서려있지요.”중앙국악관현악단 박범훈 단장이 평하는 김영임의 매력.

8일 공연에서 그는 ‘회심곡’외에 ‘청춘가’‘태평가’ 등 경기민요들을 노래한다. 정재경 박순금 등도 출연해 경기민요를 중창으로 부르고, 만신 김유감의 ‘천신맞이굿’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 02―580―1300(예술의전당)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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