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日 교통사고 유자녀 『외롭지 않아요』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09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어요.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는 갚아야죠.』

17년전 교통사고 유자녀 출신으로 아사히(朝日)신문에 입사해 화제가 됐던 타츄히사 유에(41).

교토(京都)대 이학부를 나온 그는 자신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완벽에 가까운 일본의 ‘교통사고유자녀 지원프로그램’을 꼽았다. 6세 때 오토바이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지만 교통사고유아육영회의 장학금으로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는 것.

일본 총무청 교통안전대책실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매년 1천여명의 교통사고유아가 발생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부와 교통단체의 지원금으로 별 어려움 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교통사고유아의 대부(大父)’로 통하는 다마이 요시오미(玉井義臣·64) 등 교통사고 유가족 및 시민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67년 교통사고유자녀격려대회 개최를 계기로 각종 모금운동과 서명운동을 벌이며 교통사고유아의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사회에 알려나갔다.

69년엔 교통사고유아에게 고교부터 대학교까지 장학금을 주는 재단법인 ‘교통사고유아육영회’가 탄생했다.

육영회는 몇년 뒤 장학금을 대학원까지 확대했고 대학생 기숙사를 지었으며 교통사고유아에게 해외단기연수 기회도 줬다.

육영회에 이어 교통사고유아가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교통사고손해배상금(3천만엔)중 일부(5백만∼6백만엔)를 받아 배 이상으로 만들어 되돌려주는 ‘교통사고유아육성기금’ 등 교통사고유아를 위한 각종 지원단체도 생겨났다. 정부는 물론 도요타 등 자동차회사도 이에 적극 참여했다.

육영회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최대의 민간단체로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2천6백89명의 교통사고유아가 1백80만여엔씩의 장학금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총 4만6천여명이 3백41억여엔의 혜택을 받았다.

교통유아단체들의 활동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78년부터 교통유아들을 위해 격년으로 서예와 미술대회를 번갈아 열고 방학때면 △자연학습 △체험학습 △테마학습 등을 실시해 정신적인 위안을 준다.

교통사고유아단체의 성장을 키운 것은 교통사고유아 당사자들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82년 교통사고유아 고교장학생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돌려주자”며 헌혈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돼 이들은 △교통사고유아의 자체 실태조사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천천히 걷기운동 △자체 모금운동 등을 벌여나갔다.

육성기금 사무국장 아키야마 히로(秋山博巳)는 “교통유아를 위한 사회적 제도는 어느 정도 정착된 상태”라며 “이제는 수해 지진 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자녀들에 대한 지원에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도쿄〓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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