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교통사고 유자녀 출신으로 아사히(朝日)신문에 입사해 화제가 됐던 타츄히사 유에(41).
교토(京都)대 이학부를 나온 그는 자신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완벽에 가까운 일본의 ‘교통사고유자녀 지원프로그램’을 꼽았다. 6세 때 오토바이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지만 교통사고유아육영회의 장학금으로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는 것.
일본 총무청 교통안전대책실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매년 1천여명의 교통사고유아가 발생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부와 교통단체의 지원금으로 별 어려움 없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교통사고유아의 대부(大父)’로 통하는 다마이 요시오미(玉井義臣·64) 등 교통사고 유가족 및 시민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67년 교통사고유자녀격려대회 개최를 계기로 각종 모금운동과 서명운동을 벌이며 교통사고유아의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사회에 알려나갔다.
69년엔 교통사고유아에게 고교부터 대학교까지 장학금을 주는 재단법인 ‘교통사고유아육영회’가 탄생했다.
육영회는 몇년 뒤 장학금을 대학원까지 확대했고 대학생 기숙사를 지었으며 교통사고유아에게 해외단기연수 기회도 줬다.
육영회에 이어 교통사고유아가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교통사고손해배상금(3천만엔)중 일부(5백만∼6백만엔)를 받아 배 이상으로 만들어 되돌려주는 ‘교통사고유아육성기금’ 등 교통사고유아를 위한 각종 지원단체도 생겨났다. 정부는 물론 도요타 등 자동차회사도 이에 적극 참여했다.
육영회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최대의 민간단체로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2천6백89명의 교통사고유아가 1백80만여엔씩의 장학금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총 4만6천여명이 3백41억여엔의 혜택을 받았다.
교통유아단체들의 활동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78년부터 교통유아들을 위해 격년으로 서예와 미술대회를 번갈아 열고 방학때면 △자연학습 △체험학습 △테마학습 등을 실시해 정신적인 위안을 준다.
교통사고유아단체의 성장을 키운 것은 교통사고유아 당사자들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82년 교통사고유아 고교장학생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돌려주자”며 헌혈운동을 벌인 것이 계기가 돼 이들은 △교통사고유아의 자체 실태조사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천천히 걷기운동 △자체 모금운동 등을 벌여나갔다.
육성기금 사무국장 아키야마 히로(秋山博巳)는 “교통유아를 위한 사회적 제도는 어느 정도 정착된 상태”라며 “이제는 수해 지진 암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자녀들에 대한 지원에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도쿄〓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