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이민웅/탐사보도 현장감 부족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32분


독자들은 신문을 왜 읽는가? 더구나 신문은 TV 뉴스처럼 가만히 있어도 영상과 말을 눈과 귀에 넣어주는 저(低)관여 매체가 아니다. 신문은 심리적 집중과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매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왜 신문을 읽은가? 매일 아침 신문이 문앞에 대령해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동안 읽어온 습관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독자들이 신문을 읽는 것은 TV를 포함한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고 다른 매체가 하는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특히 신문의 주 경쟁매체인 TV뉴스와 비교해 보면 자명해진다. TV 뉴스는 신속성과 현장감 있는 영상에 강점이 있으나 한계도 많다.

첫째, TV 뉴스는 보여준다. 그래서 영상이 신통치 않은 기사는 취급되지 않거나 작게 취급된다. 신문은 그렇지 않다.

둘째, TV 뉴스는 정보량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충분하다. 45분짜리 TV 주력 뉴스의 정보량은 신문지 2쪽 분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에 신문은 심층보도와 통찰력 있는 논평에 강점이 있다.

셋째, TV 뉴스는 수용자의 선택성이 낮다. 방송사가 미리 정해준 대로 순서에 따라 기다리면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문은 기사 인덱스를 통해 보고 싶은 기사를 골라 읽는 선택성이 높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나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넷째, 특히 한국에서는 방송제도가 권력에 취약해 TV 뉴스는 권력의 핵심, 즉 대통령직의 수행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비판은 고사하고 문제 제기도 제대로 못한다. 신문은 더 자유롭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심층보도가, 심층보도 장르 가운데서도 탐사보도가 신문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영역의 하나라고 본다. 탐사보도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취재 보도 기법으로 최근 한국 신문도 이 기법을 사용한 기사를 중점 보도하여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탐사보도는 특히 그동안 언론이 소홀하게 취급했던 정책의 집행현장에 대한 집중 탐사를 통해 기능적 구조적 문제점들을 실감있게 적출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은 물론 제도 개혁에도 이바지했다.

동아일보도 여러가지 의미있는 탐사보도 시리즈물을 갖고 있다. 예컨대 ‘제5의 힘, 시민운동’ ‘동아포커스’ ‘리걸 스탠더드’ ‘정다운 세상, 정다운 사람’ 등 탐사보도를 통해 문제의 실질적 시정, 정책비전의 제시, 시민의식의 고취, 사회통합 등에 적지않게 기여했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욕심을 내보고 싶은 게 탈이다. 동아일보의 탐사보도는 기획 자체의 현실 적합성은 높으나 취재의 충실성에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2차 취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대체로 높다는 말이다. “시간은 진실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탐사보도는 특히 현장의 1차 취재원과 자료에 대한 시간이 걸리는 추적을 필요로 한다.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면 2차 취재원과 자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럴 경우 적실성(Authenticity)이 떨어져 그만큼 공감을 얻기 힘들어진다.

신문만이 독특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앞으로 신문경쟁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전담 기획팀의 확충과 탐사보도 시리즈물의 보도간격 조정 등 탐사보도의 진면목을 살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민웅<한양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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