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우울한 「근로자의 날」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32분


「근로자의 날」이었던 1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이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2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참가했고 북과 꽹과리 소리가 끊이지 않는 등 열띤 분위기였다. 하지만 참가한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했다는 한 근로자는 “정부가 고통분담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고통이 제대로 분담되고 있느냐. 우리는 지금 너무 힘들다”며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정부가 야속하게만 느껴진다”는 말을 하는 근로자도 있었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영세한 노동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절박한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는듯했다.

최근 산업계 일부에서 불고 있는 ‘파업바람’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적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 민주노총이 선언한 ‘5월 총력투쟁’에 대한 염려도 크다.

실제 대다수의 시민들은 “경제가 겨우 회복기미를 보이는데 총파업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 지도부가 지나치게 강성이라는 평가도 있다. 노조에 우호적인 한 시민단체의 간부조차 “여론도 고려해가며 싸워야 하는데…”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깊은 시름까지 무시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

집회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평생 일하는 것’을 행복으로 알았던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내세우는 희망과 주장은 ‘일자리를 박탈하지 말라’는 것이다. 비록 이들의 주장이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회생이라는 대명제와 배치될 수도 있지만 ‘열린 마음’으로 이들의 호소를 경청하고 그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이완배<사회부>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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