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두 제도의 기반이 되어야 할 재정상태가 극도로 부실해져 더 이상 그 자체로는 굴러가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두번째는 소득재분배 기능을 해줘야 할 두 제도가 가입자의 직종―계층간 소득의 형평성을 잃어 조세정의와 사회정의에 거스르는 ‘소득 역진(逆進)’ 현상을 빚게 됐다는 점. 세번째는 지난달부터 실시한 국민연금 확대와 내년 1월부터 시행할 통합의료보험제가 모두 ‘국제통화기금(IMF)위기’와 맞물리면서 불만과 저항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는 점. 이밖에 이런 총체적 부실과 위기를 불러오기까지 보여온 정부당국의 근시안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 확대 실시가 그 실례. 도시 자영자와 봉급생활자를 한데 묶어 공적 부조의 연대를 이끌어낸다는 본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자영자의 과세소득파악률이 고작 25∼30% 수준인 현실에서 신고소득을 기준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소득이 유리알처럼 드러나는 봉급쟁이만 봉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실업자와 휴폐업자가 양산되고 전반적으로 소득이 줄어든 시점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보니 납부예외자가 절반을 넘는 ‘반쪽 연금’이 되고 말았고, 거기에 소득의 하향신고가 겹치면서 재정의 취약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의료보험의 심각성은 더하다. 내년 통합의료보험에서는 직장의보의 경우 기존의 기본급 기준에서 상여금과 수당을 합친 총소득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야 하고 부양가족도 소득이 있으면 보험료를 내게 돼 보험료 부담이 1.5∼2배 늘어나게 됐다는 보도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2년전 신고한 소득 기준으로만 보험료를 내면 돼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예상이다. 이대로 간다면 국민연금에 이어 직장 가입자의 불만과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렇게 나빠진 데는 매년 20%씩 늘어나는 의료급여에 보험료 수입이 못미치는 구조적 요인이 절대적이다. 만성적자인 지역의보는 말할 것도 없고 비교적 괜찮던 직장의보 재정도 거덜날 판이다. 여기에는 재정에 대한 분석이나 경제여건에 대한 전망 등은 없이 선거철만 되면 무리한 선심성 공약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늘려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은 어떡하든 살려나가야 할 기본적 사회보험이다. 우선 그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국민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그때그때 일방적으로 보험료나 올리고 월급봉투에서 뭉텅뭉텅 연금이나 떼는 미봉책으로는 더이상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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