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柳지사 의혹」 규명해야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54분


유종근(柳鍾根)지사가 포함된 고관집 도둑사건의 검찰수사결과 발표는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발표이후 세간의 의혹은 더욱 부풀려지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유지사에게 쏠린 의혹은 도둑에게 털린 3천5백만원의 출처, 12만달러의 존재여부와 출처, 서울사택의 용도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은 이중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밝히지 못한 채 사실상 수사를 끝내버렸다. 시선을 모았던 서울사택에 대한 현장검증도 유지사 본인이 거부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포기해 버렸다.

‘12만달러’의 진상은 검찰 발표대로 도둑의 ‘황당무계한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택에 대한 현장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그렇게 속단한 것은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지사측은 검찰과 경찰이 이미 세차례나 현장에 나왔었다고 주장하나 검찰은 법에 규정한 제대로 된 현장검증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현장검증이 필요없는 통상의 절도사건과 다르다. 검찰은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약속한 대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현장검증을 해야 한다.

유지사측은 사택을 부동산사무소에 내놓으며 화장대 아기침대 등 가구를 모두 치우고 폐쇄해 버렸다고 한다. 의혹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행위는 온당치 않다. 지금이라도 집기를 모두 제자리에 갖다놓아 검찰의 현장검증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책임있는 공직자의 도리다. 사택 현장검증과 3천5백만원의 출처조사는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한 약속이다. 3천5백만원은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내의 돈이어서 출처조사를 할 수 없다는 게 검찰주장이나 의혹이 쏠려있는 만큼 조성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옳다. 큰 돈을 현금으로, 그것도 본가가 아닌 사택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부터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1억5천만원의 전북도 예산을 들여 사택을 전세 얻은 이유도 문제다. 서울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부인이 사용하기 위해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검증도 있기 전에 유지사측이 서둘러 집기 등을 치운 것은 이런 의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택(601호)과 같은 빌라의 두층 아랫집(401호)이 유지사의 비서실장 소유이며 실제 거주자는 유지사의 처남부부라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석연치 않은 대목들을 그대로 두고 사건을 덮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 이외에도 유지사는 서울출장때 전북도의 소방헬기를 전용기처럼 타고다닌 것이 드러나 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의 경제고문역할까지 하는 핵심공직자인 그는 이 정권에 더 이상의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서라도 현명한 처신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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