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달라졌다. ‘범생이’나 ‘날라리’가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채 기죽어 지냈던 아이들.
그러나 요즘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스타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이를 직접 실천에 옮기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대전 대덕중 3학년인 이준행(14)은 PC통신 동호회 ‘21세기 반란자’ 시삽이다. 올해초 친구와 함께 웹디자인팀 ‘리버스(Reverse)!’를 만들었다.‘뒤엎겠다’는 뜻의 이 팀이 지금까지 주문을 받아 제작해준 학교 학원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모두 7개. “컴퓨터를 하면서 성적이 좀 떨어졌는데…. 그래도 하고싶은 일을 하니까 좋아요.”
교내 창작댄스그룹 ‘엘프’의 리더인 장길웅(18·전북 전주고3). 힙합댄스와 전통무용을 결합하는 안무가가 그의 꿈이다.“공부잘하는 애들? 안부러워요. 걔들은 걔들대로 최고가 되고, 난 나대로 최고가 되면 되니까.”
이처럼 ‘나만의 꿈’을 쫓는 청소년은 ‘문제아’로 찍히거나 학교에서 소외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은 정부가 이준행 장길웅같은 10대를 ‘신지식 청소년’으로 뽑아 장려하는가 하면 학교안에 이들을 위한 마당이 펼쳐지는 추세다.
영화‘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를 만들어 유명해진 서울 영파여중 방송반, 언더그라운드 그룹 ‘황신혜 밴드’멤버출신 고경천이 지도하는 서울 월촌중학교 ‘대중가요 연구반’이 대표적인 사례.
전남 목포 마리아회고교의 ‘씨네클럽’은 열악한 장비로 만든 영화가 96년 동국대 연극영상제에서 장려상을 탔다.
이 뒤 해마다 상을 타면서 명성을 떨쳤다.목포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 이 학교의 ‘씨네클럽’은 “다른 학교를 가려다 실패해 좌절감이 많은 아이들에게 ‘자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지도교사 김기욱)이다.
학교안에서 이같은 흐름이 활발해진 데에는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어 고1의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 교육환경이 달라졌기 때문. 고교생이 만드는 월간지 ‘밥 매거진’의 편집장 허민혁(17·인천 광성고2)은 “야간자율학습이 없어진뒤 학교 동아리가 10여개에서 45개로 늘었다”고 전한다.
이들이 경제호황기인 70년대 후반∼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상대적으로 제하고픈대로 자란 점을 생각하면 이 변화는 되레 늦은 감이 있다.
“미래의 출세를 위해 현재의 삶을 희생하던 구세대와 달리 신세대는 ‘지금 여기’의 삶을 행복하게 살려는 성향이 강하다. 정보통신,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사고방식도 다양해졌다. 자기의 ‘스타일’을 고민하고 남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욕구도 크다.”(최윤진교수·중앙대 청소년학과)
그러나 아직 이들 ‘튀는 10대’는 용감한 소수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일탈’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더글라스 러시코프가 그의 저서 ‘카오스의 아이들’에서 말한 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의 건강한 시도를 거부한다면 그들은 더욱 사회 바깥으로 달아난다. …또 다른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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