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중앙통제적 경찰 운용이 급격히 자치화되면서 생길 수 있는 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시안에는 시도지사 같은 광역단체장들의 경찰부문에 대한 인사권 예산권 장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민선 단체장이 숱한 민원(民願)에 휩싸여 선거를 치러야 뽑히게 되고, 또 더러 단체장이 범법으로 사법처리되기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들 ‘민선(民選)’이 완전히 장악하는 경찰이 엄격하고 공정한 법집행의 ‘지팡이’로만 움직일 것이냐를 우려하게 된다.
여당 일각에서 국가경찰위원회가 지방경찰청장을 추천하고 지방경찰위원회 위원 추천권도 국가경찰위, 광역단체장,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그런 민선 단체장들에 대한 불신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자치경찰제도 자체가 시도지사의 전횡에 휘둘리거나 그들을 견제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면 최악의 선택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이번 자치경찰 추진을 기회삼아 해묵은 숙원이었던 검찰로부터의 수사권독립도 취하려 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지휘 감독을 받아야 할 자치경찰이, 검사동일체(同一體)의 원칙으로 움직이는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되면 자치경찰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경찰은 범죄 수사권을 전적으로 검찰에 귀속해 놓은 나라가 미국 영국 일본 등은 물론 아니며,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도 앞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마약 공안 지능 경제범죄등에대한 수사권은계속 갖더라도 교통 강절도 등 민생관련 수사권을 경찰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줄다리기는 건국 이래 지속되어 왔다. 우리는 진정한 인권보장 수사능률을 기하는 데 무엇이 최선인지를 공청회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론에 부쳐볼 단계라고는 본다. 그러나 우선 경찰관의 법률지식이나 소양을 미더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일선 경찰관의 비리와 인권침해 논란을 경찰조직 스스로 불식하는 등의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불공정 수사나 인권침해의 악명이 씻어지지 않는 한 공론이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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