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조영증 파일」대표팀「새바람」

  • 입력 1999년 5월 3일 19시 49분


한국축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각종 대회에서의 경험이 제대로 보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영증 청소년대표팀감독도 그랬다. 지난해 12월 부임했을 때 모든 게 낯설었다. 프로만 상대해와 청소년선수들을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가 막막했다.

결국 만반의 준비없이 ‘전장’으로 내몰렸고 99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대회에서의 참패로 이어졌다.

그래서 조감독은 최근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감독에게 ‘길라잡이’가 될 ‘선수 카드’를 만들고 있는 것.

카드는 △스포츠과학연구원에서 실시한 체력테스트 △패싱 볼컨트롤 등 13가지 기술 평가 △대회 출전경력 △과거 부상경력 △신상메모 △감독 견해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조감독의 ‘관리 대상’은 16,18,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 각 30명 정도. 이들이 대개 각 단계를 차례로 거치기 때문에 조감독의 파일은 연계 지도에 유용하다.

“어느 감독도 제가 작성한 카드만 보면 ‘아, 이 선수는 이렇게 가르쳐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선수 평가를 문서로 남기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팀을 관리할 수 있겠죠.”

조감독 파일의 일부분. ‘서기복〓성실도와 패스 감각은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체력을 컨트롤 못해 전후반 게임 조율에 차이가 많이 난다’ ‘김경일〓패싱력은 좋지만 패싱타임이 늦다. 경험이 없어 그라운드에 서면 부담감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진다’….

조감독은 일단 청소년팀에서 올림픽팀에 들어간 이동국 설기현 박동혁 자료를 허정무감독에게 넘겼다. 허감독은 말없이 흐뭇한 미소로 파일을 건네 받았다. 조감독은 “예산이 따라야 관리 대상이 늘어나는 데 아쉽다”며 “패장이지만 다음 감독은 패장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감독은 카드 외에도 △내년의 청소년대회 예선에 대비, 두팀 정도의 상비군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방안과 △프랑스나 일본처럼 구역을 나눠 책임자 아래에서 유망주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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