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한나라당이 며칠만에 ‘재선에 불참할 경우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고 야당으로서 기회손실이기 때문에’라며 선거 참여를 발표한 것이다.
하기는 한나라당이 재선을 보이콧하겠다고 했을 때 그 말을 곧이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직자들조차 “화가 나면 무슨 소리를 못하느냐”면서 정치공세 차원에서 ‘그냥 해 본 소리’임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고씨의 후보사퇴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임시국회 활동을 전면중단하라”고 지시했으나 몇시간만에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로 ‘참여속 투쟁’으로 방향을 바꿨다.고관집 도둑사건 때도 마찬가지. 한나라당이 김강룡(金江龍)씨의 제보 편지를 받자마자 그의 말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고 정치공세를 폈다. 그러다가 김씨가 현장검증에서 횡설수설하자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는 쪽으로 공세수위를 낮췄다.
장기플랜과 관련해서도 의욕만 앞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총재는 지난해 8월 총재 선출 직후 정책정당으로의 변신을 외쳤다. 정부부처에 상응하는 예비내각을 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력운용을 보면 예비내각이 정부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여러가지 여건이 어려운 야당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요즘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정치는 즉흥적이다. 얼른 보아 ‘건(件)’만 된다싶으면 ‘발끈해서’ 말을 앞세우는 구태(舊態)로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힘들다.
김차수<정치부>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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