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밤의 표결은 국회법 112조 1항에 따른 기립표결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은 정상적인 기립표결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아수라장이었다. 본란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야당의원들이 모두 일어서 있는 가운데 몇몇은 서류를 집어던지고 한쪽에서는 여야의원들간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당의원 여러명은 줄곧 사회봉을 잡은 국회부의장 곁에 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모두 다시 앉혔다가 일어서게 하고 일일이 찬반수를 센단 말인가. 그것도 하나의 법안도 아닌 성격과 내용이 서로 다른 3개 법안의 찬반수가 어떻게 똑같이 나올 수 있는가. 그런데도 국민회의 소속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해 ‘찬 1백50, 반 96’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가결시켰다. 도대체 국회법 어느 조항에 맞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회 사무처측은 이날 여당의원들이 찬성의사표시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적법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여당의원들이 어떤 방법으로 의사표시를 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확인하여 찬성자 숫자가 나왔는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학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어림숫자로 찬반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게임의 룰을 어긴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이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안에 대한 의결 정족수 문제는 국회가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그것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이제는 충분히 시정을 요구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집권세력의 편의에 맞게 적당히 처리하는 것은 악습을 관행화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法治)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내부 갈등으로 날치기를 방조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터에 장외투쟁부터 선언하고 나선 것 또한 비난받을 만하다. 한쪽이 밀어붙이면 한쪽은 튀어나가는 제로섬 정치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그보다는 절차와 과정의 민주화, 적법성부터 차근차근 따져서 뿌리내리게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번 날치기 사태는 비단 정치, 여야 정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희화화(戱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