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로리가 정상을 정복했다면 분명히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을 것이고 필름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그의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은 완벽하게 입증된다. 그러나 현재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맬로리의 아들 존 맬로리의 생각은 다르다. 설령 사진으로 입증되더라도 “정상을 오른 후 하산을 다 못했다면 그것은 정상을 반밖에 정복하지 못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1953년 5월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경과는 아예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힐러리경은 어떤 반응일까. 그는 맬로리의 카메라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며 정상정복이 입증된다면 인류는 더욱 그의 공적을 기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맬로리가 먼저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해도 서운하지 않다. 그동안 나는 작위까지 얻고 오랫동안 명예를 누리지 않았느냐”는 그의 말은 인상깊다.
▽공을 다투지 않는 맬로리의 아들이나 힐러리경. 그들에게는 산악인의 혼이 살아 있다. 지금까지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은 7백50여명. 우리나라 산악인 3명을 포함한 1백50여명은 만년설 속에 영원히 잠들어 있다. 히말라야 전체를 따진다면 목숨을 잃은 우리 산악인만 해도 46명. 최근에는 여성산악인 지현옥(池賢玉)씨가 안나푸르나에서 목숨을 잃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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