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제국이 관광으로 큰 돈을 벌게 되자 ‘관광은 수출’이라는 인식이 태동했다. ‘관광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쿡 목사는 사상 처음으로 여행사를 만들어 1863년 런던∼파리간 단체관광을 주선하기에 이르렀다.
▽관광이란 말은 원래 주역(周易)에 나오는 ‘관국지광이용빈우왕(觀國之光利用賓于王)’이란 구절에서 유래됐다. 여기서 관광은 ‘다른 나라의 훌륭한 문물을 잘 살펴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좋은 경치를 유람한다’는 뜻이 가미된 것은 한참 뒤였다.
옛글에는 관광이란 말이 홀로 쓰인 경우보다 ‘청암관광(聽闇觀光)’이라고 한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인심 풍속 등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죽을 쑤던 관광업계가 최근 일본의 황금연휴로 반짝호황을 누렸다. 4월말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인 관광객이 대거 몰려와 1인당 79만원의 쇼핑비용을 쓰고 갔다고 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그들이 쓴 액수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업계에 희색이 돈 모양이다. 호텔객실 점유율도 20%포인트 높아졌다. 관광공사의 단기대책들이 주효한 듯하다.
▽그러나 두렵다. 한국인의 내면과 한국문화의 안보이는 구석은 어떻게 평가하고 돌아갔을까. 옛 조상들의 ‘청암관광’ 철학이 머리를 맴돈다. 뜨내기 손님을 멋대로 상대하는 역전(驛前) 식당 수준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매상보다 중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과 수준 높은 정신문화를 보여주는 일이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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