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총재의 한나라당은 그동안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1년이 넘도록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여당으로부터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야당다운 야당, 수권능력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우리 정치의 개혁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더구나 당장 정치개혁이란 현안이 눈 앞에 있고 머잖아 본격적인 내각제정국이 이어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러한 때에 원외의 야당총재가 원내투쟁과 당내입지 강화를 위해 재선 출마의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총재의 출마 소식에 청와대와 공동여당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이총재의 출마로 이번 재선거가 여야의 총력전 양상을 띠어 극한대결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3·30재보선 때처럼 여야 모두 중앙당까지 총출동하고 국회의원들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몰려다니는 과열 혼탁 선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 3·30재보선 이후 중앙당의 선거 개입을 안하기로 했던 약속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음해 흑색선전 등 지긋지긋한 꼴도 더이상 보여서는 안된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이제는 정말 이름값을 해내야 한다. 3·30재보선 때처럼 엉성한 감시를 해서는 안된다. 또 검찰은 선관위로부터 수사의뢰받은 3·30재보선 당시 국민회의 ‘동(洞)특위’ 임명사건의 수사를 질질 끌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밝혀 부정선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선거만은 내년 총선은 물론 새로운 세기를 맞는 정치―선거 문화의 시금석이 되는 페어플레이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죽고 살기식 극단으로 몰아가서는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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