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남을 믿지 않았다. 패스보다는 드리블을 했고 동료들에게 슛 찬스를 내주기보다는 직접 슛을 쏘았다.
‘한국축구는 왜 파란 눈의 외국선수들에게만 냉정한가’라고 되뇌이며….
러시아 변방 사할린 출신의 데니스(수원 삼성). 그가 6개월간의 출장정지와 허벅지 부상을 딛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젠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속으로 삼킬 줄 아는 법을 익혀서.
8일 포항스틸러스와의 홈경기는 그의 성장을 알린 무대. 후반 13분 박건하의 선취골을 어시스트하고 2분 뒤 오른발 슛까지 직접 뽑았다. 그의 활약에 삼성은 10팀 중 처음으로 99대한화재컵 조별리그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데니스가 아버지처럼 따르는 삼성 김호감독은 “지난 겨울을 지나며 ‘한꺼풀’ 벗은 것 같다”며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뭔가 다른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정규리그 부산 대우전에서 넘어진 김주성의 얼굴을 밟은 ‘악동’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
마음을 다 잡은 데니스는 실력을 고국에서도 인정받아 러시아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를 줄 알게 된 데니스의 ‘한국 성공시대’가 꽃을 피우고 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