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단장’의 제작 총책임자인 매트 윌리엄스는 “만약 이 프로그램을 지금 전국 네트워크 방송국에 제시한다면 아무도 선뜻 방송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코스비가족’의 제작자이기도 했던 그는 “‘코스비가족’은 미국의 가족을 찬양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면서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바뀐 것은 TV를 1대 이상 소유한 가정이 70년에는 전체 가정의 35%였던 것이 지금은 74%로 늘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전국 네트워크 방송국들은 더 이상 많은 시청자를 한꺼번에 끌어모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광고주들 역시 소수의 시청자들, 특히 젊고 부유한 백인 남성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그래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시트콤에는 독신 남녀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가족 시트콤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로그램은 아마도 폭스TV가 방영하고 있는 만화 ‘심슨네 가족’일 것이다. 이 작품의 기획자 매트 그뢰닝은 공개석상에서 이 프로그램을 가리켜 ‘반(反)코스비 가족’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모든 것은 가족 안에’와 ‘제퍼슨 가족’ 같은 프로그램의 기획자인 노먼 리어는 “가족과 공동체를 찬양하면서 우리가 느꼈던 기쁨이 눈앞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외로운 독신들의 만남을 그리는 요즘 프로그램은 방마다 TV를 놓고 앉아 서로 단절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CBS가 방영하고 있는 ‘모두들 레이먼드를 사랑해’의 기획자 필 로젠털은 “이 프로그램은 다수의 시청자가 아니라 성인시청자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한단계 진화한 새로운 타입의 가족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새로운 스타일의 가족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NBC 엔터테인먼트 회장이었던 워렌 리틀필드도 동의한다. 그는 “새로운 스타일의 가족프로그램은 전통적인 홈 시트콤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