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행인이 붐비는 곳이면 어김없이 길을 메우는 노점상이 그들이다. 특히 중심가 몇몇 장소는 심하다. 서울 종로2가와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경우 노점상이 도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파가 몰리는 곳에 노폭마저 좁아지니 행인들은 걸음 옮기기조차 힘이 든다. 영등포시장 로터리에선 소공원 벤치까지 포장마차의 영업장소로 변해 버렸다.
▽노점상이라고 다 같은 노점상은 아닌 듯하다. 목좋은 곳의 노점상 수입이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낫다는 얘기도 들리고 엄연히 시민이 주인인 보행로가 거액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대한 양보해 노점상 모두가 호구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거리에 나섰다고 해도 최소한 보행자들이 다니는 길은 터주는 것이 기본 예의다.
▽노점상중에는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거리의 운치를 살려주는 것도 있다. 이런 것들은 상관없지만 도가 넘치는 경우에는 손을 써야 한다. 그러나 평소 차만 타고 다니는 서울시청의 높으신 어른들이 서민들의 애로사항을 몰라서 그런 것인지, 시민들이 너무나 착하게도 보행권을 요구하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서울 도심은 국제도시라는 위상에 맞지 않게 무질서와 혼잡의 늪으로 자꾸 빠져들고 있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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