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석자만으로도 타자들을 벌벌 떨게 했던 프로야구 간판투수들이 올시즌 ‘타고투저의 급류’에 휘말려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현대 오른손 정통파 투수 정명원(33)은 1억5천4백만원의 국내 최고액 연봉선수. 그러나 이 역대 최고연봉은 올시즌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3패로 방어율 5.26에 머물고 있는 그의 성적과 비교하면 낯뜨거워진다.
지난해 에이스 정민태에 이어 막강 현대 마운드의 제2선발로 14승8패의 성적을 거두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1백50㎞에 이르던 구위가 올들어 뚝 떨어지면서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LG로부터 12억원에 현금 트레이드된 임선동과 쌍방울에서 이적한 조규제도 우승후보 현대의 시즌초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임선동은 세경기에 나가 1패에 방어율 11.12의 참담한 성적을 남긴 채 2군으로 밀려났다. 연봉 9천8백만원의 조규제는 1승1패 2세이브 방어율 9.45로 ‘새까만’ 후배 김수경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물려준 채 중간계투로 나가는 처지다.
지난해 50억원을 들여 전력을 보강했던 삼성도 ‘밥값 못하는’ 억대투수들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다.
팀내 최고액 연봉선수 박충식(1억1천5백만원)은 부상으로 올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현(1억8백만원)은 방어율 9.00, 박동희는 방어율 10.45에 각각 1패만 기록중이다.
이밖에 LG는 김기범이 승패없이 방어율 17.18, 해태는 최고참 김정수가 1승을 올리긴 했지만 방어율 8.59로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쌍방울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8천여만원씩 주고 모셔온 용병투수 앤더슨(4패)과 비아노(1패)가 전력에 전혀 보탬이 안돼 짜증을 더하고 있다.
한편 올해는 고졸 억대 신인투수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LG 김광삼(2억6천5백만원)은 1승1패에 방어율 10.05, 두산 구자운(2억5천만원)은 승패없이 방어율 10.80, 롯데 김사율(2억3천만원)은 2패 방어율 8.16에 머물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